각종칼럼수집2014. 10. 2. 21:29

며칠 전 국내에 등록한 변호사 수가 2만 명이 넘어섰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를 하기위해서는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합격하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협회에 등록을 한 모든 변호사는 고유의 등록번호를 부여받게 됩니다. 2004년 즈음에 등록한 제가 칠천 몇 번의 등록번호를 부여받았으니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이 늘어난 것 입니다. 2만 번 대 등록변호사는 인구 50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인구 2500명당 변호사가 1명이 있는 셈이며 어린이와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당 변호사 1명인 시대가 온 것을 의미합니다. 


변호사 수가 이처럼 급등한 것은 아시다시피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해 온 기존의 시스템이 법조계의 배타적 독점 및 폐쇄화를 초래한다는 반성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 출발한 로스쿨 제도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로스쿨 제도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나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잘 부합하여 실시되고 있는 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조인이 되기 위한 소모적인 시간이 이전보다 단축되고 절대적으로 적었던 법률가의 수가 파격적으로 증가한 공적은 인정해야할 듯합니다.


현재 변호사 시장에 새로 나오는 인력이 연간 20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OECD 회원국 등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법률문화와 경제적 여건, 우리나라의 특징인 다양한 법조유사직역의 존재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변호사 수 자체만으로 적고 많음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급증하는 변호사의 수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와 명예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온 변호사 자격증이 치열한 취업난과 수임 경쟁 속에 살고 있는 현재의 젊은 변호사들에겐 먼 옛날의 전설 같은 얘기가 된지 오래입니다. 늘어나는 변호사의 수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못하는 법률시장으로 인해 법조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큰’사건은 일부 대형로펌에 몰리고 개인 변호사들은 1년에 채 30건의 사건조차 수임하지 못하는 현실은 뉴스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쉽게 법률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송무 즉 법정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자나 의사, 약사 등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변호사 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영역에서 변호사를 직접 채용하는 현상도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 사람들에게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된다거나 민사재판에서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 재판을 하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고 인생에 있어 손에 꼽을만한 중요한 사건일 것입니다. 그러한 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하고 의뢰인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단순히 그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법률서비스가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를 늘리자고 하였던 것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자는 취지였지 막연히 법률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벌써부터 법률서비스 질이 오히려 저하되거나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에 급급한 일부 변호사들이 사건브로커를 통하여 사건을 선임하는 등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9가 저하되는 데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문제는 고스란히 이를 제공받는 국민들의 손해가 됩니다. 그래서 공급확대에 따른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단순하게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직업이기주의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신과 함께’라는 웹툰 만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사후 49일간 지옥을 가느냐 천당을 가느냐를 가름하는 여러 가지 재판을 받는 이야기인데 사후세계에서도 망자들을 돕는 변호사가 등장합니다. 능력 있고 의뢰인을 생각하는 훌륭한 변호사를 만난 만화의 주인공처럼 저도 사후에 능력 있고 좋은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지금 의뢰인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공덕’을 쌓아야겠습니다.


강성두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11916400533794125

Posted by 숨은개구리